케이타이 도쿄


예전 회사 다닐 때,
책 한권 사고 그 영수증 들고 가면 공짜로 책 한권을 주는 제도(!)가 있었다.
맘에 드는 책을 가질 수는 없고,
책장에 있는 책들 (주로 출판사 증정용) 중 하나를 골라 가지는 것이다.
운이 좋으면 베스트셀러 신간을 받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 '그냥 서점에서 내 돈 주고는 사지 않을것 같아' 책이다.

그런데, 가끔은 이렇게 맘에 드는 책을 만나기도 한다.
정말 서점에서 책을 골랐다면 절대 집지 않았을 책인데,
그렇게 우연히 나에게 왔고 정말 끄덕이면서 밑줄그으며 재밌게 읽었다.

제목 그대로 일본인들이 일상을 핸드폰으로 찍고,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곁들어 놓은 책이다.

난 정말 재밌게 읽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이 책에 대한 반응은 극과 극으로 엇갈렸다.
좋다는 사람과 싫다는 사람의 이유는 같았다.
너무 지극히 감상적이고 개인적인 이야기라는~

추천해 주고 싶지만,
독서란게 취향을 많이 타는 것이니까.
리뷰만 보고 덜컥 인터넷 주문 하는 것보다
서점에서 20페이지정도 읽어보고 나에게 맞다 싶으면 그때 구매하는 것이 좋겠다.

이 책을 재밌게 읽었다면, 나랑 취향이 비슷한 사람! ^^
아님 말고~ ㅎ

미국으로 사진 공부하러 간다는 안수연작가.
곧 다음책을 낼 것 같았는데 아직까지 소식이 없다.



1.
일본에서 마주친 그분(할머니)들의 느낌은, '일견'이지만 상당한 존재감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 존재감은 경제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나이가 들어서도 자신을 들여다보며, 가꾸며, 혹은 여유있게 생을 뒤돌아 보면서 살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아름답게 나이들어가는 것은 치열하게 젊은 날을 채우는 것만큼이나 그래서 어려운 일일 것이다. (15)

2.
일견 정형화된 사회로 보이는 도쿄였지만 내가 만난 각각의 도쿄인들은 정말 '나'를 지니고 살아가고 있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자신의 정체성으로 갈고 닦는 데 정성을 기울이는 은밀한 취향들. 도쿄는 그런 면에서 '개인'이 살아가기에 적절한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쓸쓸함의 냄새가 풍기지만 그 냄새가 싫지만은 않은 곳이라는. (29)

3.
사고의 축을 조금만 비틀어 생각해 보면, 진정한 의미로 철저히 혼자일 수 있다면 '나'와 '세상'이라는 둘만의 심플한 구도가 탄생하기에 내가 직면하는 세계는 그만큼 넓어질 수도 있다. 누군가와 함께 둘의 바운더리는 아늑하지만 둘은 둘의 얼굴을 마주보느라고 세상에게 등을 보여야 할 것이다. 물론 "그 바운더리의 아늑함이 정말 좋아"라고 말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혼자라서 누리는 단촐함과 혼자서 누릴 수 있는 수많은 공간도 그에 못지 않게 좋다고 도쿄에 와서 나는 더욱 말하고 싶어졌다. (39)

4.
어떤 시간들은 그 순간이 사용된 후 기억에서 지워지지만 어떤 시간들은 그저 스쳐 지나갔는데도 시간이 한참 지난 후 이유없이 불쑥 떠올라 '지금'을 치명적인 기억으로 지배하기도 한다. (68)

5.
나이를 점점 먹어가며 느끼는 건 멈춰서서 방황할 시간도 줄어든다는 것. 방황도 굴러가며 할 일이다. 아니, 이젠 방황하기에도 위험한 나이일까? 그런데 살면서 헤매지 않을 자신은 점점 없어진다. 조금 느리게 반응할 자신, 즉 참을 자신은 조금 생기는 것 같지만. (197)

6.
돌고 있던 궤도에서 벗어나 다른 시간과 공간의 궤도로 이동하는 데 소모되는 에너지. 다른 궤도 안에서 다시 시작하는 에너지. 이전의 궤도를 잠시 있었다가 가끔 그리워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 그리고 다시 새롭게 변화하는 에너지. 그 수많은 에너지들은 과연 당신의 몸속 어디에, 우주 어느 편에 숨어 있었던 것일가. (204)

7.
유머는 노력해서 얻을 수도 없고 계획할 수도 없지만, 어쩔수 없이 튀어오르는 고무공 같은 당신 살므이 생기를 가장 솔직하게 드러내 주는 것이기에 알아봐 주는 이가 있다면 기꺼이 그에게 그 생기를 바칠 수 잇으리라. 웃어준다면, 함께 웃는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다. 유머는 그 유머를 알아본 사람에게도, 알아봐 주는 이에게도 모두 유쾌한 행운이라 생각한다. (227)



@ 뎀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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