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고흐, 영혼의 편지
빈센트 반 고흐 지음, 신성림 옮김
예담 펴냄
256p

이 책은 빈센트 반 고흐가 일생동안 유일하게 자신을 이해해 주던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를 추린 서간집이다. 자신의 삶에 대한 애정과 그림을 향한 끊임없는 노력, 그 이면의 고통을 그의 생생한 육성 그대로 들어볼 수 있다. 빈센트 반 고흐가 작품을 남기기까지의 일생을 편지를 통해 따라가다 보면, 작품으로만 기억되던 고흐를 훌륭한 한 인간으로 만나 볼 수 있다.


고흐와 고갱

나는 빈센트 반 고흐와 폴 고갱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항상 섞이고 헷갈려 하는 인물이다. 중학교 미술책 앞장의 해바라기 그림이 고흐의 그림인지 고갱의 그림인지 잘 알지 못했다.
두 사람은 1800년대를 살다간 인상파 화가다. 고흐는 화가 공동체를 만들고 싶어했고, 이를 위해 고갱과 공동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예술에 대한 견해 차이로 불화가 생겼고, 고갱의 태도에 화가 난 고흐가 자신의 귀를 잘라 창녀에게 선물한다. 이제서야 알게되어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이렇게 고흐와 고갱은 천성적으로 다른 사람이다.

두 사람의 성격은 물과 불 같아 도저히 화해할 수 없는 기질이다. 고흐보다 5살 많은 고갱은 인습타파주의자였으며, 빈정거리는 말을 했고, 냉소적이었으며, 궤변을 일삼았고, 무심하며, 상대방을 자신의 손아귀에 넣어야 직성이 풀리는 너무 성격이 강한 사람이었다. 반면 고흐에게는 북유럽 특유의 거친 면이 있었지만 천성이 열심히 노력하는 기질이었고, 동료에게 격정적인 애정을 쏟는 불같은 사람이었으며, 우정을 위해서는 목숨이라도 내어줄 듯하지만 버림을 받게 되면 자신을 괴롭히는 매우 내성적인 사람이었다.
☞ <성난 고갱과 슬픈 고흐> 중에서 (김광우)


끊임없이 노력하는 고흐

위대한 일이란 그저 충동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연속되는 작은 일들이 하나로 연결되어서 이루어진다. (p. 83)

고흐는 "재능은 오랜 인내로 생겨나고, 창의성은 강한 의지와 충실한 관찰을 통한 노력으로 생긴다"라는 플로베르의 말을 그대로 증명해 준다. 고흐는 타고난 천재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었다. 끊임없는 노력과 그림에 대한 열정으로 평생 879점의 그림을 남겼다.
고흐는 성실하게 노력하는 자세가 목적에 도달하는 지름길이라 반복해서 이야기 한다. 오로지 인내와 끈기만이 자신에게 필요하다고 한다. 이렇게 그림에 대한 '확신과 힘과 열정을 가진' 고흐였지만, 그가 살던 세상에서는 이런 노력이 통하지 않았다. 평생 유일하게 <붉은 포도밭>이라는 한작품만이 팔렸을 뿐, 그는 일평생을 가난이라는 족쇠에 얽매여 살아야 했다.
하지만, 어떠한 순간에도 그림을 놓지는 않았으며, 자신의 방식으로 그림에 몰입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돈이 떨어져 물감이 없는 날이면 유화대신 데생 연습을 했고, 모델료가 없어 자신의 초상화를 많이 남겼다. <해바라기>를 단번에 그려내기 위해 매일 아침 해가 뜨자마자 그림을 그렸고, <감자 먹는 사람들>을 그리기 위해 겨울 내내 머리와 손을 그리는 연습을 하기도 했다.

조금 더 일찍 사람들이 그를 알아 보았다면,
고흐는 일생을 조금 더 편히 살다 갔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렇게 스스로의 가슴에 총탄을 쏘고 외로이 사그라들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그가 그토록 그리고자 했던 그림들을 조금 더 만나보고 밤하늘로 돌아갈 수도 있었을텐데...


그림으로 만나는 고흐

감자 먹는 사람들
81.5*114.5cm, 1885년 4월, 유화
나는 램프 불빛 아래에서 감자를 먹고 있는 사람들이 접시로 내밀고 있는 손, 자신을 닮은 바로 그 손으로 땅을 팠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려고 했다. 그 손은, 손으로 하는 노동과 정직하게 노력해서 얻은 식사를 암시하고 있다.
이 그림을 통해 우리의 생활방식, 즉 문명화된 사람들의 생활방식과는 상당히 다른 생활방식을 보여주고 싶었다. 사람들이 영문도 모르는 채 그 그림에 감탄하고, 좋다고 인정하는 것이 내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일이다. (114)


꽃이 핀 복숭아나무 (모베를 그리며...)
65*81cm, 1888년 4월, 유화
모베의 죽음은 큰 충격이었다.
너도 분홍색 복숭아나무들이 아주 열정적으로 그려졌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실편백나무 옆으로, 혹은 잘 익은 밀밭 위로 별이 빛나는 밤을 그리고 싶다. 이곳의 밤은 지독하게 아름다울 때가 있다 그걸 그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153)








씨 뿌리는 사람
64*80.5cm, 1888년 6월, 유화
노란색에 보라색을 섞어서 중성적인 톤으로 칠한 대지에는 노란 물감으로 붓질을 많이 했네, 실제로 대지가 어떤 색인가에는 별로 관심이 없네. 낡은 달력에서 볼 수 있는 소박한 그림을 그리고 싶거든. 나이든 농부의 집에서 볼 수 있는 달력에는, 눈이나 비가 오는 장면이나 날씨 좋은 날의 풍경이 아주 유치한 양식으로 묘사되어 있지 않나. (168)


로노강의 별이 빛나는 밤
72.5*92cm, 1888년 9월, 유화
지도에서 도시나 마을을 가리키는 검은 점을 보면 꿈을 꾸게 되는 것처럼,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은 늘 나를 꿈꾸게 한다. 그럴 때 묻곤 하지. 프랑스 지도 위에 표시된 검은 점에게 가듯 왜 창공에서 반짝이는 저 별에게 갈 수 없는 것일까?
타라스콩이나 루앙에 가려면 기차를 타야 하는 것처럼, 별까지 가기 위해서는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 죽으면 기차를 탈 수 없듯, 살아 있는 동안에는 별에 갈 수 없다.
늙어서 평화롭게 죽는다는 건 별까지 걸어 간다는 것이지. (177)


수확, 몽마주르를 배경으로
73*92cm, 1888년 6월, 유화
누군가 내 그림이 성의 없이 빨리 그려졌다고 말하거든, 당신이 그림을 성의 없이 급하게 본 거라고 말해주어라.
요즘은 너에게 그림을 보내기 위해서 조금씩 손을 보고 잇는 중이다. <수확>을 그리는 동안 밭에서 직접 수확을 하고 있는 농부보다 결코 편하지 않은 생활을 했다. (180)


파이프를 물고 귀를 싸맨 자화상
51*45cm, 1889년 1월, 유화
고갱은 아를이라는 훌륭한 도시, 우리가 작업하고 있는 작고 노란집, 그리고 무엇보다 나에게 조금 싫증이 난것 같다.
사실 우리 두 사람 모두 두손 들게 만드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그 원인은 물론 다른 무엇보다 우리 자신에게 있다. 결론만 말하자면, 그는 그냥 떠나버리거나 머무르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이다. 그에게 결정을 내리기 전에 깊이 생각해 보라고, 또 이익과 손해를 잘 따져보라고 말했다.
고갱은 아주 강하고 창의력이 뛰어난 친구다. 그러나 바로 그 때문에라도 그는 평화로운 환경이 필요하다. 그가 이곳에서 평화를 얻지 못한다면 다른 어느 곳에서 그걸 찾게 될까? 묵묵히 그의 결정을 기다리겠다. (209)

해뜰 무렵 밀밭에서 수확하는 사람
73*92cm, 1889년 9월 초, 유화
요즘은 아프기 며칠 전에 시작한 그림 <수확하는 사람>을 완성하느라 전력을 다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노란색을 띤 이 그림은 아주 두껍게 칠했는데, 소재는 아름답고 단순하다. 수확하느라 뙤약볕에서 온 힘을 다해 일하고 있는 흐릿한 인물에서 나는 죽음의 이미지를 발견한다. 그건 그가 베어들이는 밀이 바로 인류인지도 모른다는 의미에서다. 그러므로 전에 그렸던 <씨 뿌리는 사람>과는 반대되는 그림이라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죽음 속에 슬픔은 없다. 태양이 모든 것을 순수한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환한 대낮에 발생한 죽음이기 때문이다. (227)

★ 내 마음에 머무는 한줄 ★   
열심히 노력하다가 갑자기 나태해지고,
잘 참다가 조급해지고,
희망에 부풀었다가 절망에 빠지는 일을 또 다시 반복하고 있다.
그래도 계속해서 노력하면 수채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겠지.
그게 쉬운 일이었다면, 그 속에서 아무런 즐거움도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계속해서 그림을 그려야겠다. (39)
★ 내 마음에 머무는 한줄 ★   
나는 이 세상에 빚과 의무를 지고 있다.
나는 30년간이나 이 땅위를 걸어오지 않았나!
여기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그림의 형식을 빌어 어떤 기억을 남기고 싶다. (90)

책 속에 밑줄 

겨울이 지독하게 추우면 여름이 오든 말든 상관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부정적인 것이 긍정적인 것을 압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받아들이든 받아들이지 않든 냉혹한 날씨는 결국 끝나게 되어 있고, 화창한 아침이 찾아오면 바람이 바뀌면서 해빙기가 올 것이다. 그래서 늘 변하게 마련인 우리 마음과 날씨를 생각해 볼때, 상황이 좋아질 수도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된다. (14)

영혼에 깊이 새겨진 것은 영원히 살아 있어서 계속 그 대상을 찾아 다닌다. (17)

나는 지금 내가 선택한 길을 계속 가야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공부하지 않고 노력을 멈춘다면, 나는 패배하고 만다. 묵묵히 한길을 가면 무언가 얻는다는 게 내 생각이다. (19)

나의 내면이나 사물을 보는 방식에는 변함이 없다. 굳이 변한 것을 말하자면, 당시에 내가 생각했고 믿고 사랑했던 것을 지금은 더 생각하고 더 믿고 더 사랑한다는 것이다. (20)

계속해서 그녀를 사랑하는 것
마침내 그녀도 나를 사랑하게 되는 순간까지
그녀가 사라질수록 그녀는 더 자주 나타난다. (32)

모베는 내가 "나는 예술가입니다"라고 말한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더군. 그러나 나는 그 말을 취소할 마음은 없다. 왜냐하면 나에게 그 말은 무엇인가를 온전하게 찾아낼 때까지 늘 노력하는 걸 의미하거든. 그건 "난 그것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있습니다. 이미 그걸 찾아냈지요"라는 이야기와는 정반대 되는 말이다. 나에게는 그 말이 "나는 무엇인가를 찾고 있고, 아주 열중하고 있다"는 걸 뜻한다. (43)

지금처럼 성실하게 노력하는 자세가 그 목적에 가장 빨리 도달하는 지름길이 아니겠니. 참되고 가치있는 작품을 그리는게 가장 기본이 되는 거니까. (69)

인물을 잘 표현하는 일은 얼굴 생김새를 닮게 그리는 문제가 아니라 전반적인 느낌을 전해주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89)

나는 내 그림을 제각기 다른 것으로 보아서는 안 되며, 그걸 모두 합칠 때 하나의 작품이 된다고 생각한다. (91)

의욕적으로 일하려면 실수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사람들은 흔히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면 훌륭하게 될 거라고 하지. 그건 착각이다. 그들은 그런 식으로 자신의 침체와 평범함을 숨기려고 한다. (106)

더 적극적인 사람이 더 나아진다. 게으르게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느니 실패하는 쪽을 택하겠다. (118)

네 자신을 즐겨라! 부족하게 즐기는 것보다는 지나치게 즐기는 쪽이 낫다. (143)

과거의 단편적인 기억은 아직도 나를 황홀하게 하며 영원한 것에 대한 동경을 갖게 한다네. (168)

압도될 것 같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은 완벽함에 앞서 아무리 큰 무력감을 느끼더라도 우선 시작은 해야겠지. (169)

누군가 내 그림이 성의 없이 빨리 그려졌따고 말하거든, 당신이 그림을 성의 없이 급하게 본 거라고 말해주어라. (180)

누가 뭐라고 해도, 내가 그림을 그린 캔버스가 아무것도 그리지 않은 캔버스보다 더 가치가 있다. 그 이상을 주장하고 싶지는 않다. 단지 그 사실이 나에게 그림을 그릴 권리를 주며, 내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라는 걸 말하고 싶었다. (182)

기차를 타고 빨리 전진할 때면, 아주 가까이서 지나치는 대상도 분간할 수 없고 무엇보다 기관차 자체를 볼 수 없다. (187)

인생은 너무 짧고, 특히 모든 것에 용감히 맞설 수 있을 만큼 강한 힘을 유지할 수 있는 건 몇년이 되지 않는다. (195)

모든 일이 늘 좋아지고 있는 이 멋진 세상에서 결코 어떤 악의도 없었다는 점을 자네도 분명히 알아주기 바라네. (211)

아무래도 요령있게 살아가기에는 내가 너무 현실적이지 못한 것 같다. (225)

지난 삶의 기억들, 이별한 사람들이나 죽어버린 사람들, 영원히 지속될 것 같던 시끌벅적한 사건들... 모든 것이 마치 망원경을 통해 희미하게 바라보는 것처럼 기억 속으로 되돌아 올 때가 있지요. 과거는 그런 식으로만 붙잡을 수 있는가 봅니다. (24$)



하지만...
고흐를 객관적으로 보고, 알기에는 많이 부족한 책~

@ 뎀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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