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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쿨에너지
강준만 지음
인물과사상 펴냄
p363










다 읽고 하루쯤 덮어 두었다. 머리 속에 담고 다니면서 오늘 하루종일 맴맴 울려 대도록 두었다. 집으로 돌아와 쓸만한 문장들을 정리해 두고 다시 시원한 물로 샤워를 해야 했다.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무언가 할 말이 잔뜩인데 무슨 말을 써 두어야 할지 잘 모르겠다. '강준만책 읽기' 참 어렵다.

무언가 '강한 의견'을 담고 있는 책을 읽는 것은 아직도 어렵다. 내 스스로가 정리된 생각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누군가 어느 한쪽으로 쏠린 이야기를 하더라도 나에게 들어와서는 모두 '맞는말'이 되어 버린다. 그들의 생각에 쉽게 휘둘린다는 표현이 맞다. 게다가 강준만교수처럼 자신의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확한 날짜까지 표기된 신문 자료들을 근거로 들이대 버리면, 나는 그 사실들을 따라 읽기에 바빠진다. 이 사람이 지금 옳은 말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판단따위는 아주아주 나중 문제다. 따라서 이 책 또한 하루쯤 내 안에 묵혀두기는 했으나 강준만교수의 의도를 제대로 잘 읽어내어 그에 동의하는 혹은 반론하는 내용을 정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강준만 교수의 다른 책들에 비해서는 쉬운 내용이었다. 사람들이 흔히 접할 수 있는 인물들을 내세워 자신의 주장을 이야기 하고 싶었던 강준만교수의 목표가 적중했다 보여진다. 책 속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사건들도 이미 한두번쯤은 귀에 담았던 이야기들이고, 인용되는 문구나 기사들도 모두 끄덕끄덕 할만한 내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게 정리해 내지 못한 이유는 '화끈하다' 정도로만 생각했던 '쿨'이 너무도 다양하게 표현되어졌고 그것들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하는지 잘 나눠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걸 어떻게 정리해 내야 하는가?

결국 이야기 하고자 한 것은 쿨의 다원주의다. 이영애, 전지현, 강금실, 손석희, 유재석, 박진영, 반기문, 김훈, 장준혁, 김갑수는 각기 다른 '쿨'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누구에게나 있는 ‘쿨’의 요소가 어떤 사람에겐 어떤 유형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가 하는 걸 보여준다.
도도한 기품이 서린 이영애, 대한민국의 욕망을 대표하는 전지현, 신페미니즘의 화신으로서 ‘유혹의 파워’를 가진 강금실, 초연한 모습으로 언제나 빛나는 손석희, 어벙해 보이지만 온 국민이 빠져버린 매력의 유재석, 지독한 프로근성이 뭔지 말해주는 박진영, 조용하고 신중하게 타오르는 열정의 반기문, 냉소와 고독을 벗삼는 이 시대의 진정한 허무주의자 김훈, 헝그리 정신에서 발로한 ‘코리안 드림’의 전형인 장준혁, 정열적인 노무현 옹호자이면서 마니아 기질로서 쿨의 면보를 보여주는 김갑수.

책에 나온 여러가지 쿨의 정의 중에 가장 맘에 드는 것.
모든 사물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 것. 그리고 모든 사물과 자신 사이에는 적당한 거리를 둘 것 - 무라카미 하루키 <상실의 시대>

그렇다면, 내가 생각하는 나의 쿨은 무엇인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끈적한 느낌이 들지 않도록 하는것. 헤어짐의 시간이 길어져 지루한 관계가 되지 않도록 하는것. 나의 물음에 친구가 '패스'라 대답하면 그 의미를 '이야기 하기 싫음' 으로 알아 차리는 것. 정도가 내 속에서 정리 되었던 '쿨'의 의미였다.
하지만, 다시 수정해 이야기 하자면 좋아하는 사람을 마음으로만 그리다 돌아서는 것, 떠나는 사람 그냥 보내는 건 진짜 쿨이 아니다. 그 상황에 적절한 감정들은 내 안에 정리된 언어로 솔직하게 표현되어져야 한다. 그래야 내 속에 그것들을 너무 심각하게 담아두지 않을 수 있다. '일단 해 보는 것', '아니면 말고', '불가능할 것 같아서 포기하지는 말것'. 이게 진짜 쿨이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건 자기 객관화, 냉소훈련, 낙관적 감성과 비관적 이성, 책임윤리다.  요정도? ^^

이 책은 '쿨'이라는 대전제를 놓고 인물을 선정했다기 보다는 성공되었다 생각되어지는 사람들을 골라놓고 그들을 분석하고 공통점을 모으다보니 '쿨'이라는 특징이 뽑아져 나온것 같다. 그러다보니 결론도 엉뚱하게 쿨의 다원주의로 정리된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내용을 선정하고 인물을 골라내든, 인물을 고르고 그들의 공통점을 뽑아내든 상관 없다. 다만, 후자를 선택함으로써 설득력이 많이 약해진건 사실이다. 사람들의 특징과 '쿨'을 연결시키는 부분에 있어서 뭔가 부족해 보인다.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어??어?? 생각이 들게 할 정도로 아주아주 부족해 보인다. 강준만스럽지 못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서 강하게 공감가는 부분은 '책을 열며'와 '책을 닫으며' 뿐이다.

한가지만 더 짚고 넘어가야겠다. 노무현정권에 대해서는 관련없는 내용에서까지 너무 심하게 연관지어 비판적으로 표현했다.
강금실장관의 이야기를 하면서 노정권을 들먹거리는 것까지는 이해하겠지만, 이영애씨 얘기를 하면서 <"너나 잘하세요"는 텍스트의 맥락을 떠나 열정과잉과 그로 인해 피곤함을 양산했던 노무현 시대의 급소를 관통하는 금언이 되었다.>고 하는 부분은 비약이 심하다고 본다. 마치 "너나 잘하세요."라는 말이 노무현정권에 대한 비판을 쏟아붓기 위해 유행을 한 것 처럼 들리는 것은 옳지 않다. 더군다나 '한국인의 냉소'를 이야기 하면서 노정권과 연결시켜서는 안된다.
이것만이 아니다. 노무현정권에 들이대는 이런식의 날선 단어들은 책 전반에 걸쳐 전혀 상관 없는 단락에까지 널어져 있다. 독자가 읽고자 하는 인물 자체에 좀 더 집중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쿨’은 ‘시대정서’다.
한국에선 다른 어떤 나라보다 더 전근대, 근대, 탈근대가 왕성하게 부딪히며 공존하는 ‘비동시성의 동시성’ 현상이 두드러져 ‘쿨’의 과잉 수요를 불러일으키는 경향이 있다. (8)

‘쿨’은 서로 다른 시간대를 사는 사람들과의 간계와 더불어 한국 특유의 사람에 치이는 문화가 야기하는 피곤함을 피하기 위한 ‘감정의 처세술’인 셈이다. (9)

개인의 입장에서 보자면 ‘쿨’은 ‘감정의 처세술’이지만, 사회적 차원에서 보면 ‘쿨’은 ‘시대정서’다. (10)

‘쿨’은 사라지지 않는다. ‘쿨 cool’과 ‘웜 warm’ ‘핫 hot’은 상호 순환관계를 형성한다고 보는 게 옳다. (10)

쿨은 밀물과 썰물처럼 일시적으로 퇴조 할 수는 있어도 다시 밀려오게 돼 있다. (11)

‘쿨’은 ‘콜드’가 아니다. (13)

이영애 _ 쿨한 그녀에겐 도도한 기품이 서려있다.
여성학자 정희진은 광고와 드라마에서 ‘이영애’가 재현하는 건 성역할 고정관념과 이에 기초한 계급제도를 강화하는 전형적 이미지라고 분석했다. (24)

뭇 남성을 주눅들게 만드는 주범이 바로 이영애의 쿨 아우라다. (27)

‘쿨’은 안락이 보장되는 걸 전제로 한다. 누구건 인생의 밑바닥에 떨어졌을 때 쿨할 수는 없는 법이다. (32)

‘쿨’의 본질은 자기객관화다. (36)

박찬욱의 ‘쿨’은 세상에 대해 분노하면서도 그 분노의 대상을 사람으로 삼지 않겠다는 자각과 자성의 산물이다. (41)


전지현 _ 전지현은 대한민국의 욕망이다
욕구는 생존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을 원하는 것인 반면, 욕망은 생존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아닌 것을 원하는 것을 가리킨다. 한국 사회는 ‘욕구’에서 ‘욕망’으로 이동했다. 이젠 상징을 소비하는 욕망 해소를 위해 전투적 삶을 살고 있다. (51)

2003년 이상용은 “아기의 얼굴과 소녀의 팔다리 그리고 여인의 목선을 가진, 성숙함과 미숙함이 뒤엉켜 있는 신체다. 그런데 이 조합이 다양한 마력을 발산한다”고 했다. 2004년 배장수는 “전지현이 대중문화의 한 상징적 여성으로 자리 잡은 것은 남성을 휘어잡으면서 휘어집힐 듯한 여성성의 두 성징을 함유한 데 기인한다”며 “전지현의 섹시함이 가수 이효리의 그것과 구분되는 것도 바로 이 중층적인 매력에 있다”고 했다. (58)


강금실 _ 유혹의 힘을 가진 그녀, 신페미니즘의 화신이다
강금실 매력의 원천은 ‘쿨’이다. 신선감, 신비감도 ‘쿨’의 일부일 뿐이다. (77)

‘핫’이나 ‘콜드’는 강해도 부러질 수 있지만, ‘쿨’은 휘어질 망정 부러지진 않는다. (78)

“유혹은 다른 사람을 조정하는 기술은 아니다. 유혹하는 사람도 자신에게 그런 힘이 있는지 전혀 의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매력적인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상대를 유혹한다. 그들은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으려고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상대는 그들에게 사로잡혀버린다. 요컨대 유혹은 테크닉도 아니고 조작도 아니다. 유혹이란 힘은 거의 ‘마법’이라 할 수 있다.” (80)


손석희 _ 언론인 손석희, 왜 그렇게 빛나는가
쿨의 한가지 핵심 요소는 ‘초연함’이다. 굳이 쿨을 들먹거리지 않더라도 우리는 일상적 삶에서 무언가 초연한 듯한 느낌이나 이미지를 풍기는 사람에게서 그것이 작위적이거나 그 밖의 다른 혐오할 만한 점이 없다면, 매력을 느끼게 된다. (99)

“손석희는 군더더기가 없는 사람이다. 그의 멘트는 목표물을 향해 공중에서 일직선으로 내리 꽂히는 매를 연상시킨다. 그만큼 간략하고 정확하다. ‘말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진 사람 중 손석희처럼 언어의 절제미를 보여주는 사람도 그리 흔치는 않을 것이다.” - 정혜신 (104)

하늘을 찌를 정도의 강한 자부심이 그의 고독을 지켜주는 동력일 수 있다. (119)


유재석 _ 온 국민이 빠져버린 그 매력의 정체
말솜씨로 갈등을 조정하기 위해선 배려가 필요하다. 남을 생각하는 배려는 유재석의 사적 생활에서도 자주 드러난다는 게 많은 사람들이 한결 같은 증언이다. 그런 ‘배려’가 곧 ‘쿨’이다. 짧게 보지 않고 멀리 내다보고, 부분보다는 전체를 보는 기술이다. 그런 기술은 ‘쿨’을 필요로 한다. (131)

유재석이 ‘선천성 중증 배려 증후군’의 굴레에 갇혀 자유롭지 못하다. 묘한 역설이다. 그게 미디어를 통해 너리 유포됨으로썽 유재석은 인기를 얻고 있지만, 그 인기가 유재석에겐 족쇄가 되어 그의 자유로운 삶을 옥죄고 있으니 말이다. (143)


박진영 _ 쿨하다는 건 지독한 프로근성이 있다는 거다
‘박진영다움’의 핵심은 고지식할 정도의 성실성으로 대변되는 ‘쿨’이다. (149)

기존풍토, 정서로부터 초연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자신의 성실성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생각이 바로 ‘쿨’에서 나온다는 의미다. (150)

우리 사회는 아직도 다양성이 적고 획일성은 강하다. 한국적인 주제에서 벗어나 앞으론 한국적인 성향을 띠지 않은 다양한 주제를 담아야 한다. – 박진영 (151)

문화예술을 뜨겁게 사랑하는 열정, 세련된 감각, 예리한 통찰력, 소통이 원활한 외국어 구사 능력, 두둑한 배짱, 당당하고 거침없는 언변, 인간관계를 소중하게 여기는 친화력 등등. – 미술평론가 이재언이 박진영에 대해 한 말 (161)

박진영의 ‘쿨’의 정체는 지독한 프로근성이다. 때로 겉으론 불같이 뜨거울 것처럼 보이지만 그는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집념을 관리하는 데 있어서 그야말로 서늘하다. (163)


반기문 _ 신중하게, 조용히 타오르는 열정이 쿨이다.
반기문의 성공비결을 한마디로 압축하자면, ‘성실’이다.
반기문의 성실성은 박진영의 성실과는 구별된다. 박진영은 프리랜서, 반기문은 조직인다. 재능과 집념으로 승부를 거는 박진영과는 달리, 그는 조직(정권)과의 승부에서 성실한 동시에 신중해야만 했다. (183)

욕망과 결합하는 ‘쿨’이 있는가 하면 욕망으로부터 초연한 ‘쿨’도 잇다. 반기문의 ‘쿨’은 전자의 것이다. (188)


김훈 _ 냉소를 머금으며 고독도 마다하지 않는다
김훈은 너무 자기 정서에만 매몰된 나머지 자신의 ‘고립’을 주장하는 반면, 이문열은 김훈과는 달리 의도적으로 자신을 ‘고립 이미지 메이킹’ 해왔다. (211)

김훈 : 일단 ‘존재’를 판단해야 해. 이것이 옳으냐 아니냐를 판단하기 전에 “이것은 무엇이냐”에 대한 판단을 먼저 해야 한다고. 존재 판단이 확실하지 않을 때는 가치 판단을 유보해야 하고. (219)

여리고 착한 사람에겐 ‘사실 강박증’이라는 게 있다. 상처받기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의견’을 내기를 주저하고 심지어는 그걸 경멸하게까지 된다. 늘 ‘사실’을 강조함으로써 ‘의견’을 피하고자 하는 욕망이 가득하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 사실과 의견의 구분은 간단치 않거니와 여러 사실들 사이에서 그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의견’을 요구하게 된다. ‘사실 강박증’이 있는 사람들은 이 경우에도 ‘사실 신비화’를 통해 모든 걸 다 해결해줄 수 있는 ‘큰 사실’이 있는 것처럼 본의 아닌 기만을 범하게 된다. 나는 김훈에게 그러한 ‘사실 강박증’이 있다고 믿는다. (228)

한국에서 가장 자유로운 유명 지식인을 들라면 철학자 김용옥과 소설가 김훈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1948년생 동갑내기로 서로 잘 알거니와 존경하는 이 두 지식인은 ‘자유’에 관한 한 막상막하지만, 그 내용은 전혀 다르다. 김용옥은 자신의 확신을 표현하는 점에서 자유로운 반면, 김훈은 확신 자체에 대한 냉소를 표현하는 점에서 자유롭다. (242)

김훈의 ‘쿨’은 ‘냉소로서의 쿨’이다. (243)

김훈은 자신이 “허무주의라기보다는 삶의 구체성의 편에 선 것”이라고 주장한다. (245)

‘수사학적’이란 말은 무엇이 더해지는 것뿐만 아니라 무엇이 없는 상태도 말하는 걸로 보아야 한다. 형식이 내용 못지 않게 또는 그 이상으로 의미를 갖는 경우를 뜻하는 것이다. 김훈의 경우엔 형식이 내용을 압도적으로 지배한다. (247)

세상 사람들은 자신이 실천할 수 잇는 걸 말하는 게 아니라 실천하면 좋다고 생각하는 걸 말한다. (253)

김훈 : 토굴을 지키는 스님같이, ‘혼자있음 (Being alone)’의 존엄을 즐기고 삽니다. 우리 사회 병리 현상의 상당 부분이 혼자 있는 것을 즐기지 못해 생기는 것 같아요. 외롭다는 핑계로 파당을 만들고 추저분한 짓을 하는 것이죠. (265)

어떤 집단의 일원이 되더라도 우리에 갇힌 가축처럼 굴지 말고 나의 개별성을 지키는 동시에 남의 개별성을 존중해야 한다. (265)



장준혁 _ ‘하얀 거탑’ 속에 갇힌 한국, 한국인의 꿈
장준혁은 ‘과잉순응’으로서의 ‘쿨’을 대변했다. (273)

한국은 홀로 살기가 어려운 사회다. 그래서 자신의 이익을 보장해 주거나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호해주는 집단이 필요하고, 바로 이 필요성이 지도자 추종주의를 낳는 온상이 된다. (275)

출세 욕망에 불탄 나머지 포기를 모르고 경쟁자에게 무릎을 꿇어가면서까지 목적을 성취하고자 하는 징그러운 집착의 주인공이 ‘쿨’하다니 그게 말이되나? 그래서 ‘과잉순응’으로서의 ‘쿨’이라는 거다. 장준혁의 그런 행태에선 비굴함이 느껴지기 보다는 오히려 냉소와 조롱의 기운이 읽혀진다. 기존 시스템에 대한 냉소와 조롱이라고나 할까? 본질은 같다. 장준혁은 기존 게임의 법칙을 극한으로 밀고가 뒤집어버린 것뿐이다. (290)

이순신만큼 ‘쿨’한 인물이 또 있으랴. 남들이 뭐라 하건 개의치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뚝심은 김명민의 것이기도 하다. (293)



김갑수 _ 마니아 기질로 나타나는 쿨의 면모
‘쿨’하면 비교적 더 공정할 수 있는가? 물론이다. 그러나 모든 ‘쿨’이 다 그런건 아니다. 어떤 ‘쿨’은 공정성을 뛰어 넘는다. 아니 그걸 사소하게 생각한다. ‘마니아 기질’로서의 ‘쿨’이 그렇다고 볼 수 있다. (301)

상대편에 대해 혐오, 경멸의 감정을 바탕에 깔고 하는 논쟁은 아예 하지 않는 게 좋다. 거리두기에 실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313)

‘마니아 기질’로서의’쿨’은 하루키 계열의 ‘탈정치화 쿨’이다. 특정 정치인에 대한 정열은 높아도 그 정열은 철저히 사람 중심이라는 점에서 ‘정치의 연예화’에 가깝다.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각종 ‘사모 클럽’도 연예인 팬클럽과 다를 바 없는 논리와 매커니즘에 의해 생성, 발전, 소멸 해 간다는 점에서 정치 발전에 기여하기보다는 ‘정치의 연예화’로 나아가 갈등과 대립을 촉진할 수 있다. ‘쿨’의 역설인 셈이다. (327)


‘욱’과 ‘쿨’ 사이에서

‘쿨’은 훈련을 필요로한다. (340)

‘쿨’의 이런 한국적 수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쿨’은 시대정서요 감정의 처세술이다. 사회진화론의 풍미는 흘러간 역사가 아니라 생생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341)

인간관계의 문제를 떠나서도 날로 극심해지는 약육강식(弱肉强食), 우승열패(優勝劣敗), 적자생존(適者生存) 풍토에서 쿨은 반드시 갖춰야 할  최소한의 자기방어 기제가 되고 있다. (341)

한국인은 개인적 분노의 표출보다는 집단적인 분노의 표출 경향이 강하다.  – 심리학자 조긍호 (343)

‘욱’은 자기 객관화 능력이 사라진 상태를 의미한다. 자신의 분노에만 집착할 뿐 자신의 ‘욱’으로 인해 부당하게 고통받거나 불편해할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없다. 이걸 단지 ‘스타일에 대한 거부감’이라고 말하는 건 곤란하다. 스타일 이상의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선물이라도 곤히 자는 사람을 깨워 전달하려 한다면 좋은 소리 못 듣는다. ‘텍스트(알맹이)’ 이상으로 ‘콘텍스트(상황)’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345)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건 한국형 ‘쿨’의 자급자족이다. 한국형 ‘쿨’이라 함은 어설프고 무책임한 열정을 관리하기 위해 지성으로서의 냉소주의를 훈련시키는 것이다. ‘낙관적 감성, 비관적 이성’이라는 말과 통하는 것이다. 냉소의 훈련을 거친 후에 열정을 가질 때 비로소 ‘책임 윤리’가 확실한 열정이 꽃을 피우게 된다. 당연히 자기객관화 능력도 생겨난다. (346)

자기객관화 능력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이게 있어야 역지사지와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개혁의 이름으로 역지사지와 소통을 죽이는 일은 이제 규탄받아야 한다. 그건 개혁일 수 없다는 깨달음이 잇어야 한다. 이게 한국형 ‘쿨’의 정신이다. ‘욱’과 ‘쿨’ 사이에서 방황하는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쿨’에 한 걸음 더 가까이 갈 수 있다면, 한국인의 삶의 질은 크게 향상될 것이다. (346)

@ 뎀뵤:)



댓글 써 줘서 고마워! :)
  1. 2007.08.16 18: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거 재밌어?

  2. 단결투쟁 2007.08.20 20: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ㅋㅋ 잼난거 같은데여- ^^

  3. 2007.12.04 17:4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뎀뵤님, 리뷰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흥미로운 책을 선정해 주셨네요.

    '쿨'이라~
    강준만 교수의 쿨에 대한 정의, 곧 사회진화론으로서의 '시대 정서요, 감정의 처세술'이라는 점에서 동의합니다.
    그렇지만 우리의 오랜 역사적 정서인 '정'과의 괴리와, 급조된 상황처세로서의 '쿨'은 어딘가 불편하네요.
    끈적하고 질척한 '정'이 조강지처의 앞뒤없는 매달림처럼 짜증난다면, 깨진 사금파리같이 냉소적인 '쿨' 또한 빛좋은 개살구 맛입니다.
    우리의 '쿨'은, 이성적 사유와 오랜 혁명을 통해 이룩한, 앞선 나라들의 집단적 '건강한 개인주의'에 기초하지 않은, 몇몇의 개인적 성향에 기댄 '쿨'에 대한 에세이는 아닐른지요?

    '쿨'한 개인이 살기에, 아직 우리는 몽매한 전근대의 시대를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모더니즘이 시대도 오지 않았는데, 포스트 모더니즘을 말하는 우리 시대의 모순을.

    2007-08-17 01:42

    • happy dembyo :) 2007.12.04 17:41  댓글주소  수정/삭제

      연님. ^^

      저도 이 '쿨'이라는 것을 [한국성]과 연관지어 보려다가 머리 아파서 그만 두었는데. ;;;
      연님의 얘길 들어보니 제가 대략 정리하려던 것을 '정'의 반대개념으로 '쿨'을 생각해 볼수 있을것 같네요. ^^

      (이 책에서도 '쿨'의 대표주자로 가장 앞세워 설멍하고 있는) 이영애씨의 "너나 잘하세요"를 예전에 강준만씨가 <한국인 코드>라는 책에서한국인의 '냉소주의'와 연관지어서 쓴 적이 있는데.
      냉소는 아무리 봐도 '쿨'보다는 '콜드'와 더 가깝다는게 제 생각이거든요. 그리고 냉소가 한국인 코드라는 것은 아직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아요.
      그리고 '쿨'이나 '콜드'보다는 '정'과 '연', '따뜻함(warm)' 의 다소 끈적한 냄새가 나는 단어들이 한국인들에게는 더욱 어울린다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에 쌩뚱맞게 언급되는 <한국형 '쿨'이라 함은 어설프고 무책임한 열정을 관리하기 위해 지성으로서의 냉소주의를 훈련시키는 것이다.> 요 문장 앞에서는 대략 난감해 지기도 했지만.
      -> 실제 책 내용과는 전혀 무관한 한국형 '쿨'의 등장 두둥~ ;;;
      강준만씨가 이야기 하고 싶은건.
      <<<한국 사람들의 대책 없는 열정을 냉정하게 바라 보는 냉소적 훈련이 필요한 때이다!>>> 머 그정도가 아닐까요.

      완전 냉소로 가 버리지 않는 적당한 쿨을 위해서는 어디까지 가야만, 어느정도의 거리가 적당할까요? ;;;

      (2007-08-17 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