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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밭
최인호 지음
열림원 펴냄
p350






나에게는 <조관우의 '꽃밭에서'>로 더 익숙한 구절.
최인호의 설명으로는 <최한경의 '반중일기'>의 구절.
꽃밭에 앉아서 꽃잎을 보네. 고운 빛은 어디에서 왔을까. 아름다운 꽃이여.
에서 빌려온 책이름 '꽃밭'.
'우리들의 인생이란 신이 내려준 정원에 심은 찬란한 꽃들이 아니겠는가.'


최인호의 꽃밭에는 아내 이야기가 가장 많다.
최인호와 아내는 별거상태(?)다. 딸아이가 고3에 올라가던 1990년도부터, 그러니깐 15년 정도 다른 방을 쓰고 있다. 다른 집에 사는 것은 아니지만 각자의 방은 따로 있어 각자 자는 것도, 옷을 갈아 입는 것도, 세수 하고 이를 닦는 것도 따로다.
하지만 최인호는 아내의 밥먹는 습관까지 칭찬하는 '팔불출'이다. 남들 앞에서 노래 부르는 것을 싫어하는 아내를 대신해 노래를 불러주고, 자연스레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이유로 산행을 한다.  둘은 매일 저녁 과일을 깍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다정다감하고 얘깃거리가 궁해본적이 없을 정도로 가깝다. 아내가 친구들과 몰려 다니며 나누는 이야기까지 꿰뚫고 있다.
언젠가 나이가 들어 이런 모습으로 남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좋은 날에, 이렇게 좋은 날에
그님이 오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내 꽃밭에 청포를 입고 찾아오실 손님은 누구일까.
나는 누구를 위해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수건을 마련해 두고 있는가.



먼 미래의 눈으로 현실을 보는 습관.
"지금의 이 순간을 현재의 눈으로 보지 마라. 먼 영원의 눈으로 현재를 보라." - 스피노자
좀 더 쉬운 이야기로 해 보자.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오더라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역시 스피노자가 한 말이다. (얼마전 tv 프로그램에서 이 명언을 남긴 사람은 누구일까요? 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사람이 거의 없더라는. ;;;)
최인호는 스피노자의 이야기를 하면서 '지금의 현실은 이미 인생을 다 산 사람이 문득 되돌아 지난날을 회상해 보는 슬로 비디오 식의 과거일 뿐'이라고 했다. 미래의 눈으로 현실을 본다면,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떠한 모습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답이 보인다.
"10년 뒤에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를 생각하십시오."
나는 내 하루라는 꽃밭에 어떤 씨를 뿌려야 하는가?
나는 어떤 향기를 내는 어떤 색깔의 꽃으로 자라나고 싶은가?


그리고...
김점선이 그림을 그렸다.
주황빛 표지 안에 펼쳐지는 최인호의 꽃밭에 꽃들을 가득 심어 놓았다.
김점선의 그림은 아프기 전과 똑같다. 그래서 더욱 싱싱하게 살아 빛난다.



요즘 문득 느끼는 감정 중의 하나는 매일 아침 내가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는 느낌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어제까지 살아온 방법을 모두 잊어버린 사람처럼 하루가 낯설게 다가온다. (11)

지친 별 하나가 내 가슴에 와서 유성이 된 것입니다. - 알퐁스 도데의 '별' (25)

물이 일생은 낮은 곳으로의 여행과도 같다. (32)

눈물은 우리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최고의 묘약이다. 눈물은 물이 빚어낸 최고의 보석이다. 나는 내 손에 1캐럿짜리 다이아몬드 반지를 끼기보다는 내 눈에서 한방울의 눈물이 흘러내리기를 소망한다. (33)

"반지나 보석은 선물이 아니다. 유일한 선물은 너 자신의 일부분이다. 그래서 시인은 자신의 시를 바치고, 양치기는 어린 양을, 농부는 곡식을, 광부는 보석을, 사공은 산호와 조가비를, 화가는 자신의 그림을, 그리고 처녀는 자기가 바느질한 손수건을 선물한다." - 랄프 왈드 에머슨 (46)

"마음의 평화를 가져라. 그러면 그대의 표정도 자연 평화롭고 자애로워질 것이다." - 파스칼 (60)

풍부한 표정과 예민한 감성의 얼굴로 항상 기쁨이 넘치는 그런 표정의 얼굴이고 싶다. (64)

당신의 편지가 왔다기에 꽃밭 매던 호미를 놓고 떼어보았습니다.
그 편지는 글씨는 가늘고 글줄은 많으나 사연은 간단합니다.
만일 님이 쓰신 편지면 글은 짧을지라도 사연은 길 터인데.

당신의 편지가 왔다기에 바느질 그릇을 치워놓고 떼어보았습니다.
그 편지는 나에게 잘 있느냐고만 묻고 언제 오신다는 말은 조금도 없습니다.
만일 님이 쓰신 편지면 나의 일은 묻지 않더라도 언제 오신다는 말을 먼저 썼을 터인데.
- 당신의 편지 (한용운) (77)

신문을 보지 않으면 세상에 대한 궁금증이 커질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지고 일에 대한 집중력이 더 높아지는 것이었다. (84)

그렇다. 5평의 방이 넓어지려면 집을 부숴서 8평의 방을 신축할 것이 아니라 5평의 방을 가득 채운 쓸모없는 것을 버려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하루 24시간은 고정되어 있다. 하루를 여유 있고 풍요롭게 보내기 위해 24시간을 26시간으로 연장할 수 없다. 다만 하루 속에 들어 있는 쓸모없는 생각의 잡동사니들을 정리하여 시간을 확보 할 수는 있을 것이다. (88)

사람에게는 누구나 2미터 정도의 경계거리가 있다고 한다. 이 경계거리에 낯선 타인이 침입하면 본능적으로 방어태세를 취하게 되는데, 다정한 연인들이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면 이 경계거리가 허물어져 두 사람의 몸이 하나의 몸이 되어버린 것 같은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106)

아무리 사랑했던 사람도 죽고 나면 무엇을 어디서부터 생각해야 좋을지 모를 정도로 안개처럼 막연하게 마련인데, 서로가 살을 맞대었던 스킨십의 기억은 포충망으로 날아가는 나비를 채집했을 때와 같은 생생한 현실감으로 살아 있는 것이다. (108)

'모든 사람의 후반생은 전반생에 찾아온 습관만으로 성립된다고 합니다. - 도스토예프스키 <악령> (161)

전반생으로부터 이어진 습관에 의해서 고정관념에 의해서 매너리즘에 의해서 결말이 뻔한 통속 소설처럼 하루하루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161)

아내의 친구들은 패거리를 이루어 모반을 꿈꾸지도 아니하고, 이따금씩 만나서 계집아이가 되어 서로 민들레꽃이나 사금파리 같은 하찮은 물건들을 소꿉장난처럼 나누다가 시간이 되면 각자의 집으로 어머니가 되어 아내가 되어 할머니가 되어 긴 그림자를 끌며 돌아온다. (172)

'나는 행복합니다. 여러분도 행복하십시오.' (209)

'언제나 양식을 변화시키지 않으면 마음이 놓이지 않는 실험정신' (236)

밤하늘의 별이 그만큼 밝을 때는 어둠이 그만큼 짙을 때인 것이다. 그들의 별이 과연 붙박이별인가, 떠돌이별인가의 판가름은 한시라도 빨리 그들을 망각의 어둠 속으로 떠나보내 잊어버린 후의 일일 것이다. (285)

문학은 단지 문학 자체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개혁하고 민중을 계도하는 목적과 이데올로기를 우선하는 것이 먼저라는 이광수적 문학관과 문학이 어떤 목적성을 가져서는 안 되며 오직 문학이 가진 미학을 추구하여야 한다는 김동인적 문학관은 한국 현대 문학의 거대한 두 물줄기로 발전되어 나갔던 것이다. (319)

우리가 목표하고 있는 그 무엇이 없다고 생각하고 찾는 것보다 있다고 생각하며 찾는 것이야 말로 바로 희망인 것입니다. (326)

@ 뎀뵤:)



댓글 써 줘서 고마워! :)
  1. shumah 2007.12.10 00:0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 읽을 책을 찾고 있었는데 참고가 되겠네요^^
    언능 더 추워지기전에 월동준비 하세요^^

  2. [꼼팅] 2007.12.10 21: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각문장마다하고싶은이야기가뚜렷하게느껴지는글이네요.최근에블로그에서집중해서읽을만한글을본적이없는데뎀뵤님글은한자한자읽게만드는힘이있네요.미래의눈으로현재를보라는다소서둘러야할듯한메시저를전달하면서도그문장속에는느림의미학이배여있는듯한느낌이네요.
    최근에독서라고는하지않아서정말큰일이에요ㅠㅠ

    • happy dembyo :) 2007.12.11 21:59  댓글주소  수정/삭제

      옴마... 제가 지금까지 들었던 칭찬중 최고 입니다...
      ㅠㅠㅠㅠㅠ 감동의 눈물.
      저는 꼼팅님의 '띄어쓰기 없이도 잘 읽히는 글'을 좋아라 하고 있던 참인데... ;
      서로의 글을 열심히 읽어주면서 좋은 이웃 되어 보자규요!
      저도 즐겨찾기 추가추가 :)

  3. 효연 2007.12.11 21:2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뎀뵤님!

    티스토리에 갓 이사를 온 사람인지라 배우기도 할겸 여저길 랜덤중에 있었습니다...
    카테고릴 보고서 다시 찾아오는 길 잊지 않으려고 기억하면서
    조용히 방문 나섭니다. 아직은 초행인지라 이곳 저곳을 둘러보진 않았습니다만
    내치지만 않으신다면 시간을 내어 차분히 읽으면서
    뎀뵤님의 뒷자락을 잡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그 어디를 가시든지 발길 닿는 곳마다 청량한 마음빛으로 웃는 날 되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