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세상을 훔치다
반칠환 글, 홍승진 사진
평단 펴냄
p 237


기대에 많이 못 미치는 책이었다. 두껍지 않은 길이에 필요이상 많은 비쥬얼로 인해 읽는데 그리 오랜 시간을 공들인건 아니지만 리뷰를 정리하는 수고가 아까울만치 솔직히는 얻은게 없다.


2년전쯤? 일본의 '지知의 거인' 다치바나 다카시의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를 읽었을때는 저자가 일본인이다 보니 생소한 내용이 많았고 소개해주는 책들도 '잘 모르겠어'서 조금 답답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진정한 독서가라 할 수 있는 저자의 독서의 깊이와 폭을 맛볼수 있었다. 그리고 나의 독서 방향과 독서 내용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번에는 한국인의 대표적인 인물들의 독서론이라 하기에, '우리시대 프로메테우스 18일의 행복한 책 이야기'라는 부재를 달고 있는 이 책에 대한 기대가 컸다. '사람과 책'에 2004년 7월부터 2006년 1월까지 연재한 '나의 서가 이야기'를 모은 인터뷰 글이라 하지만, 한번도 본적은 없다. 전에 이 인터뷰 내용을 읽어 보았더라면 (제 아무리 책 사기 좋아하는 나라지만) 이 책을 '구입'하면서까지 읽지는 않았을텐데, 한번도 읽어보지 않았기에 이 책을 덥썩 집어들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책 제목하나는 기가막히게 잘 지어놓은것 같다.

'책 이야기'라기 보다는 그냥 '평범한 인터뷰 기사'라 기대하고 보았다면, 이렇게까지 실망 하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한비야 같은 경우, 책 이야기보다는 월드비전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아 여느 일반 인터뷰와 다르다고 볼 수 없다. 화가 황주리 인터뷰에서는 어느 구절을 봐서 이 인터뷰 내용을 '책 이야기'라 할 수 있겠는가? 거창한 독서론과  서재론을 기대한건 아니지만, 그들이 생각하고 있는 독서와 나의 독서를 빗대어 볼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들은 마련이 되어 있을 줄 알았다.

내가 실망한 이 책에 대해 리뷰를 정리해 놓는 이유는 독서론과는 무관해 보이지만, 우리시대의 대표 지성들이라 (저자가) 칭하는 인물들의 인터뷰 속에 좋은 문장들을 정리해 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뿐이다.


책 속의 좋은 문장들

누에는 뽕잎을 읽고 더욱 누에가 되었고, 개구리는 무논을 읽고 더욱 개구리가 되었으며, 귀뚜라미는 달빛을 읽고 더욱 귀뚜라미가 되었다. 암탉은 지렁이를 읽고 더욱 암탉이 되었으며, 바람은 계절을 읽고 더욱 바람이 되었다. 수능 때문에, 취직 시험 때문에 읽는 것이 아니라 모두 더욱더 제가 되고, 제 길을 잘 가기 위해서 읽는다. 그러니 독서는 궁극 너(대상세계)에게로 가는 것이 아니라 '나를 찾아가는 독도법'인 셈이다. - 책머리에 (9)


서울에서 부산까지 연료비 하나도 안 드는 기차를 구상한 적이 있다. 그 열차의 머리는 서울역에 있고, 꼬리는 부산역에 닿는 긴 기차를 만들어놓는 것이다. 당신이 서울에서 부산에 가고 싶다면, 서울에서 난 앞문으로 올라서 부산으로 난 뒷문으로 내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아무데도 가지 않았는데 모든 곳에 닿아 있는 그 기차처럼, 독서는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고도 천하를 여행하게 해 준다. - 영문학자 장영희 (17)


용서하면 삼류로 떨어지죠. 추호도 용서가 안 되는 자기 기준이 있어야 해요. 그 기준이 어디서 나오냐면 그 기준은 바로 '나'예요. - 사진가 김홍희 (44)


누구나 겊보기와 다른 속보기가 있지요. 저도 그렇게 여유있는 것만은 아닙니다. 다만 이런 생각을 하면 도움이 되지요. 우리가 여러가지 일을 동시에 해야 할 때는 한가지가 주가 되고 다른 것은 부가 되기도 합니다. 저는 주와 부의 경계를 없애면 훨씬 더 알찬 생활을 할 수 있다고 생각 합니다. 밥 먹고 사는 일을 예로 들까요? 그것을 생활의 방편으로 생각할 수도 있찌만, 어느 순간 삶의 중심에 놓을 수도 있는 거지요. 그런 태도는 일상의 자질한 일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방법이 되기도 합니다. - 가수 김창완 (59)


내게 아주 훌륭한 스승이 있었다면 책을 안 읽어도 되었을 거예요. 그렇지만 내겐 그런 스승이 없으니 책을 읽어야 했어요. 책은 가장 훌륭한 인류애의 발현입니다. 보도듣도 못한 사람에게 자기 지식의 정수를 전하는 거잖아요. 독서는 혼자서는 절대로 넘을 수 없는 벽을 깨어줍니다. - 화가 김점선 (71)


아이들은 유치한 내용만이 아니라 고급 정보도 소화할 수 있어요. 내용이 어려우면 상상하게 됩니다. 나는 내가 지닌 독창성과 상상력의 원천은 어려운 책들을 읽으면서 모르는 부분을 끊임없이 메우려는 것에서 생겨났다고 봅니다. - 문학평론가 이어령 (84)


책을 읽는 사람으로서, 또 쓰는 사람으로서 책이 어떤 것보다 힘이 세다는 생각을 해요. 육체가 매일매일 밥을 먹듯이 책은 정신의 에너지를 제공해줍니다. 자기와 비슷한 생각으로부터는 격려를, 다른 생각으로부터는 도전을 받지요. - 월드비전 긴급구호팀장 한비야 (106)


책을 읽으면 점점 의문이 선명해져요. 물론 해답을 찾는 경우도 있죠. 하지만 여러 분야의 책을 읽다 보면 내가 갖고 있떤 이런 관점을 다르게 볼 수도 있구나 하는 점들을 발견하게 돼죠. - 건축인 김진애 (135)


'이룩할 수 없는 꿈을 꾸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싸워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움을 하고, 잡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별을 잡자.' 서울문화재단 대표 유인촌 (172)


"바쁜 일상중에 어떻게 꽃을 돌볼 수 있느냐"고 묻자, "마음이 바쁜 법이지 시간과는 상관 없는일"이라고 대답한다. - 앵커 백지연 (180)


"인생은 즐겁고 행복한 것이라고 서둘리 말할 수는 없지만 끔찍하고 절망적인 것이라고만도 말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저는 극빈이 라든가, 사형선고라든가, 불치의 병을 앓는 등의 고통을 경험하지 않았으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그런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한 나머지 상황이라면 그 삶을 들어올릴 수 있는 열쇠가 자기한테 있다고 생각해요." 열쇠가 내게 있는 감옥이라면 탈옥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 화가 황주리 (210)



표지에는 20명의 사진이 있는데, 18명의 인터뷰란다. 그래서 일일이 사진과 사람들을 매칭시키며 확인해 봤다. 확인결과 표지에는 인터뷰이 18명과, 인터뷰어 1명, 그리고 지구본 이미지가 들어가 있다. 이왕이면 지구본보다는 사진작가 사진을 하나 넣어주지... 글쓴이 사진만 들어가 있다.
그리고, 2004년 7월부터 2006년 1월까지면, 총 19달인데 인터뷰를 했으나 이 책에 실리지 않은 그 한분은 누구일까? 궁금하지만 찾아보고 싶은 마음은 없다.
정말 별 쓸데없는 생각을 다 한다. ;;;

@ 뎀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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