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글쓰기에 대하여

사생활 /   2006. 11. 30. 19:58

나는 모든 것을 활자화 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느낀다.
이미지화 하고 통째로 기억하는데 능숙한 나는
어떤 상황이나 느낌을 글로 표현해 내는데 그리 친절하지 못하다.
내가 하고자 하는 말들은 짧고 명쾌하게 표현하더라도
읽는 사람들이 모두 알아 차려주길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글쓰는 사람의 마음이었다.

친절하지 못한 글에 사람들은 공감하기 어려웠다.
마치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내 글에 흠뻑 빠졌다 나오는 경험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내 글은 그들에게 공감을 얻을수도 없고, 감격을 줄 수도 없다.

그렇다고 나는 글을 길게 쓰는 연습을 하고 싶지는 않다.
나의 글이 장황해 지는 것은 싫다.
늘여쓴 나의 글은 언제 읽어도 지루하다.
대신에 나는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 글을 쓰는 연습을 할 것이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들을
그들이 제대로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지 끊임없이 관찰할 것이다.
사람들이 나의 어떤 말을 잘 알아 듣는지 기록하고 다시 고쳐 갈 것이다.
나의 글을 조금 더 객관화 시키고 느낌을 더 담아낼 것이다.
길게 쓰지 않고도 친절한 글이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찰라의 순간에 내 몸을 스쳐가는 그 느낌을
멋스럽게 표현하는 방법을 익히고 익히어
내 가슴에 베게 할 것이다.

당분간은 사람들이 글 속의 내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한다하여
쉽게 노하거나 슬퍼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짧은 글 속에 내 큰 마음을 담는 연습을 하는 중이고
그 과정속의 나는 조금 추할수도 있을 것이다.
그 길 위에서 나는 많이 힘들어 할 것이라는 것도 안다.
아무런 반응없이 덩그러니 남겨진 글들에 아파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 '내 멋스러움에 빛나는 친절한 글'을 쓰게 되었을 때.
짧지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조근 조근 정확히 전달해 내는 '친절한 내 글들'을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

@ 뎀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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