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난독증이 나를 고민하게 만든다.
특정한 문자를 빠뜨리고 읽거나.
글을 잘 읽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읽기는 모두 읽어내되.
그 의미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내 식대로 받아들여버린다.
담배가 여성에게 얼마나 해로운지를 설명하고 난 후 결론 부분에.
‘담배는 여성적이다.’ 라고 쓰여 있어서.
엥? 하고 다시 보면
‘담배는 여성의 적이다’ 라는 글을 잘못 읽었다.
‘한명씩 블로그에서 신청을 받는다’는 글을.
‘한명석씨 블로그에서 신청을 받는다’ 라는 뜻으로 읽고.
엥? 두 분은 무슨 관계지? 생각이 들어 다시 읽어 보면.
내가 또 내 식대로 이해해 버린 것이다.
나는 모든 글을 정독을 하는 편이다.
그럴 필요가 없는 글까지 한자한자 꼼꼼히 읽어 내려간다.
그러하기에 이런 증상은 더욱 난감하다.
예전에도 조금씩, 아주 가끔은 이런 일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최근 들어서는 심해졌고.
내가 이런 증상을 인식하고 나서부터는 신경이 쓰일 정도로 잦아졌다.
몸의 작은 변화도 나이 탓으로 느껴진다.
그만큼 나는 민감하고 소심해졌다는 것을 짐작한다.
내가 계속 이대로 내 식대로만 책을 읽으려 들면 어떡하지?
일어나지 않을 일을 걱정하느라 혼자 머리가 복잡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