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 49분. 잠실역, 4-2승차.

긴 생머리의 아가씨와 나란히 자리했다.
옆자리 아가씨. 타자마자 가방을 껴안고 고개를 숙이더니.
전철이 정차할 때마다 몸을 조금씩 나를 향해 기울이며 졸고 있다.

급기야 내 어깨에 머리를 '쿵' 하고 박는다.
나는 고개를 돌리지 않은채 눈동자만 돌려 내가 불편해 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아차, 정신을 차리고 몸을 바로 세우는가 싶더니 바로 다시 졸음모드로 들어간다.

전철이 출발하고 설때마다 몸과 머리는 다시 점점 나를 향해 기울고.
팔이 닿고 어깨가 닿자
머리가 어깨를 찍기전에 내어깨를 으쓱 들어 아가씨의 머리가 원래 자리로 돌아가도록 했다.

내가 한 행동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마음이 불편했다.
아침 출근길에  다른사람과의 부딪힘으로 불쾌한 얼굴을 하고 싶지않은건 당연한거니까.
그러면서도 마음이 불편한건 어쩔수 없다.

마음을 바꿔 먹었다. 이 아가씨에도 도움이 되도록 해 볼까?
이 아가씨는 무슨 사연으로 이렇게 피곤한 아침을 보내고 있는 것인가.
누군가 나의 도움이 이토록 간절히 필요했던 적이 있는가.

그 아가씨의 졸음을 용서하기로 했다.
아가씨 머리를 내 어깨 위에 받아 주고, 그 자세를 유지했다.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는 없었지만, 생각했던 것만큼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옆 사람이 내 어깨를 누르면 누를수록 내 어깨는 힘을 냈다.
그 머리의 무게를 버텨내기 위해 힘을 냈다.
무엇보다 얼굴을 찡그리지 않고 앉아 있을 수 있어 좋았다.

누군가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 온다면 기꺼이 받아줘야겠다.
그 사람의 졸음을, 피곤함을 이해해줘야겠다.
그리하면, 내 어깨가 힘을 낼 것이고. 아침의 내 마음을 상쾌하게 달랠 수 있을 테니까.




@ 뎀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