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 호어스트 에버스] 호어스트씨 왜이러시나.
책읽기 / 2009. 12. 13. 20:44
이제 그만 책 좀 읽지? 라며 블로그 동업자(!)가 압박했다.
사실 조용한 압박이 시작된지도 한달이 넘어간다.
개인신변에 몇가지 변화가 있었고,
'적응'한다는 핑계로 정신줄을 놓은채 시간을 훌렁 보내버렸다.
아차. 정신 차리고 보니 12월도 벌써 2주가 지났다.
다시 책을 손에 잡으려고 하니 그게 쉽지가 않다.
2010년 1월이 되면 또 다시 100권 읽기 프로젝트를 시작하겠지만. ㅎㅎㅎ
그러려면 지금부터 부릉부릉 시동을 걸어놔야 하는데.
머릿속이 하얗고 활자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그러다가 몇달전에 선물받은 기분 좋은 책 한권을 다시 읽었다.
뭐. 대단한 지식을 외우려 할 필요도 없고 이해하려 할 필요도 없다.
그냥 웃고 넘기면 그만인 괴짜(!) 호어스트의 이야기다.
열정적으로 게으르고, 만사 실수투성이에 청소 안 하고 버티기의 제일인자. 호어스트씨.
그러니,,, 그냥 가만히 지켜보면서 웃어주면 될 일이다.
이 책은 <희한한 박사의 새벽술>과 <수요결산>에서 읽혔던 글들이다.
보지 않아서 정확히 어떤 건지는 모르겠지만
"베를린의 여러 소극장 무대에 올라 자신이 쓴 텍스트를 읽는다"고 하니,
아마도 최근에 시작한 김제동의 토크콘서트와 비슷한게 아닌가 싶다.
어쨌튼,,, 건강한 무기력은 나의 힘이라고 외치는 호어스트씨는,
확실히 나보다 웃기는 사람이다. 나보다 게으른 사람이다. ㅎㅎㅎ
가만히 보고 있으면 나를 보고 있는것 같기도 하고 이사람 왜이래? 싶기도 하다.
그러다가 빙긋이 웃게 된다. 그거면 됐지 머.
책이란 것이 반드시 대단한 시사점을 주거나 반성을 하게 만들어야만 하는건 아니잖아?
아래 에피소드를 읽고 피식 웃음이 나온다면 일독을 권한다! ^-^
1.
월요일 오전 11시. 소파에 앉아 할 일을 적은 목록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오늘 안에 그 일들을 모두 해치울 결심으로 일부러 8시에 일어났던 것이다. 그러나 일에 달려드는 대신 쪽지만 바라보며 나는 무연히 생각한다. '아이고 맙소사. 아무래도 무리다, 무리. 뭔 일이 저렇게 많아? 저 많은걸 누가 다 하느냐고? 호어스트! 세상에. 일복이 터졌구나. 8시부터 일어나 설쳐도 줄어들기는 커녕 그대로 잖아. 도대체 얼마나 더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얘기야?' 목록에는 내가 기꺼이 신이 나서 할만한 일이라곤 하나도 없다. 그 일들을 하지 않기 위해, 차라리 다른 일거리를 생각해 내려고 나는 벌써 세시간째 이러고 앉아있는 것이다. 그래야 적어도 양심의 채근을 피할 수 있을 테니까.
2.
어둠이 깔릴 무렵, 놀렌도르프 광장에 도착. 집과는 많이 어긋난 방향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감각이 돌아오고, 몸이 허기를 알린다. 다리를 절룩거리며 근처 피자집으로 들어간다. 집주소를 말하고 그리로 피자 한 판을 주문. 그리고 기왕에 가는 길이니 나도 함께 데려가 달라고 배달기사를 설득한다.
3.
나도 남들처럼 평범하게 밤을 밝혀보겠다고 3일전 큰맘 먹고 전등 하나를 달기는 했다. 그러나 스위치를 차마 누르지 못하고 있다. 만에 하나 시공을 잘못해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무척이나 상심할게 뻔하니까. 그러느니 아예 스위치를 건드리지 말고 보나마나 완벽한 시공이었다고 믿어버리는 편이 낫다.
ps. warak, thank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