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는 나무


아. 이 책. 미치겠다. 너무 좋다.
재밌는거랑 좀 다르게 너무 좋다.

왜 이 책을 샀는지 모르겠다.
언제부턴가 내 책장에 꽂혀 있었다.
아무런 존재감 없이 오랜 시간동안 방치되어 있었다.

그러다가 어제~오늘 그냥 갑자기 나도 모르게 이 책을 읽게 됐다.
원래 출퇴근 하면서 들고 다니는 책은 양장책을 절대 들고 다니지 않는데. (무거우니까)
어젯밤에 읽다가 도저히 끊지 못하고, 오늘 출근길에 가방에 쑤셔넣는 고집을 부렸다.
소설이나 스토리가 있는 이야기도 아닌데, 끊질 못하겠더라.

알래스카가 좋아서 알래스카에 살게된 일본인 이야기.
알래스카 이야기라기 보다는 한 사람의 인생과 내면에 대한 이야기다.
사진작가의 책에 삽화 사진이 없다. 오로지 글로만 이야기 한다.
그렇다고 오로라가 얼마나 멋있는지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는다.
그걸 바라보며 어쩔줄 몰라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로 오로라를 보여준다.

그의 사진이 보고 싶어 사진집을 주문했다.
그가 그토록 사랑했던 생명의 땅, 알래스카가 기다려진다.


호시노 미치오]
1952년에 태어났다. 10대 후반 청년시절 처음 알래스카로 떠난 이래, 20여 년간 알래스카의 자연을 사진에 담아냈다.
1996년 7월 22일 러시아 캄차카 반도 쿠릴 호에서 TBS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취재를 시작했다. 8월 8일 쿠릴 호반에서 취침중 불곰의 습격으로 사망했다. (43세)



1.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바로 이 순간에도 또 하나의 시간이 아주 천천히 흐르고 있다.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상에서 또 하나의 시간을 마음 한구석에 간직하고 살아가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에는 너무나도 큰 차이가 있다.

2.
오늘도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내 곁을 스쳐 지나갔지만 우리는 서로를 의식하지 못했다. 인간의 내면에 잠재된 근원적인 슬픔이 바로 이런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분명 내 곁에 존재하는 사람들인데, 나는 그들에게 아무런 영향도 줄 수 없고 또 아무런 영향도 받지 못한다는 점을 깨달을 때 인생에 감춰진 고독의 베일이 벗겨진다.

3.
"주노에 오면 짐은 우선 소금에 절인 고등어를 잔뜩 산다. 그리고 신문보급소에 들러 지난 일 년 동안 모아둔 신문을 찾아간다. 그리고 섬으로 돌아가서 매일 아침 꼭 일 년 전의 신문만 한 장씩 읽었다. 단 한 번도 이틀치 신문을 읽은 적이 없었다."

4.
많은 선택을 할 수 있었는데, 왜 나는 지금 여기 서 있는 것일까. 어째서 A가 아닌 B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일까. 아무리 알기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해도 나는 합당한 이유를 발견하지 못한다. 모든 사람의 인생에는 저마다의 기로가 있게 마련이다. 그곳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인생은 다른 대답을 내놓는다.

5.
예전에 만난 누군가가 나를 그리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처럼 행복한 순간은 없다.

6.
결과가 내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해서 실패라는 단어를 생각해서는 안 된다. 결과에 상관없이 지나온 시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진정 의미를 갖는 것은 결과가 아니라 그렇게 쌓인 시간들이다. 그리고 이런 시간들이야 말로 진정한 의미의 인생일 것이다.



@ 뎀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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