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공지영) // 고독, 집착, 충동 : 070010701
책읽기 / 2007. 7. 23. 23:27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공지영 지음
황금나침반 펴냄
p204
장맛비 같지 않게 졸졸 비가 내리는 토요일 오전.
집에 있으면 날씨마냥 늘어질것 같아 아침 일찍 챙기고 북카페로 간다.
우산속에서 도도독 떨어지는 빗소리에 센치해져버린 나는.
따로 챙겨간 두툼한 책을 뒤로하고 얇은 공지영 산문집을 골라든다.
혼자여서 외로웠고, 그래서 함께 엉겨붙어 따뜻해지고 싶었던.
그러나 늘 어긋나기만 했던.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자신을 위한.
화해와 용서의 몸부림을 담은 책이다.
오늘은 더 작은 한 방울의 물로 내려 깊이 스미고 싶습니다. 따뜻한 어둠 속에 웅크려 있고만 싶습니다. 언젠가 맑은 햇살 아래 샘물로 솟아오른다든가 강으로 흘러가 바다에 도달한다든가 이런 지당한 생각은 말고 그저 머물러 있고만 싶습니다.
어쩌다 이 땅에 내려온 빗방울들, 분노의 언덕과 고독한 계곡을 지나며 부딪치고 멍들어 바다는 이미 푸른빛이지만, 저는 어제 해가 저물 무렵 비 내리는 창가에 앉아 기어이 패배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 머리말 중에서
소설가라 불리우는 한 사람을.
작품으로 만나기 전에 더 깊게 알게 되는 경우가 있다.
공지영의 소설은 봉순이 언니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조차도 읽어보지 못했다.
소설이라면 의식적으로 멀리하던 탓이다.
이 글을 읽고 나서도 여전히 그녀의 소설들은 땡기지 않지만.
언젠가 우연히 내 앞에 놓여지게 된다면 열심히 감정이입이 되어 읽게 될것 같다.
그 글보다는 그 글을 쓰면서 느꼈을 그녀의 슬픔들.
온 힘을 다해 제 안의 언어를 뱉어낼 수 밖에 없었던 그녀의 아픔을 먼저 보게 될 것 같다.
어쨌튼 그녀는 작품보다는 생활로 나에게 다가왔다.
행복하다는 말까지 슬퍼보이게 하는.
이상한 어둠이 묻어있는 책이다.
* 혼자일 때 더욱 깊어지는 세가지 감정
1. 고독
고독과 외로움이라는 말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던 날들을 보냈다. 정녕 그 차이는 무엇이던가. 낭만과 청승의 차이와도 비슷해 보이는 이 말의 사이에는 자신의 '선택'이 들어 있다는 것을 오늘 알았다. 당하면 외로움이고 선택하면 고독이라고.
나는 공지영과는 다르다. 외로워서 글을 쓰고, 외로워서 좋은 책을 뒤적이는 것은 아니다. 글을 쓰고 싶어서, 좋은 책을 뒤적이고 싶어서 혼자인 것이다. 당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나의 선택에 의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외로운 것이 아니라 고독한 것이다.
2. 집착
내가 남자를 고르는 기준은 나에 대한 애정과 충성도다. 내가 끌어안고 의지할 사람이 나에게 살짝 집착 비슷한 깊이의 사랑을 갖게 되길 바란다. 나를 향한 관심과 사랑이 지나쳐 숨막히게 할 지라도 나는 무조건 큰 사랑을 보내는 사람에 대한 믿음이 있다. 마스크처럼 답답한 사랑이 오히려 나를 행복하게 할 것이다.
나 또한. 나의 사랑과 관심이 지나쳐 일평생 그의 초록빛 잎만 무성한 난을 보게 되더라도. 그의 화려한 꽃과 나만을 향해 뽐낼 수 있는 아름다운 자태를 못 본다 할지라도. 끊임없이 아껴주고 보살펴 주는 그런 사랑을 하고 싶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일부러 상처를 내지는 말아야지. 내가 틀린걸까?
3. 충동
언젠가 그런 여행을 한 적이 있다. 섬진강 도보를 목표로 출발 했는데, 가고 보니 흑산도가 좋다하여 목포를 거쳐 흑산도 여행을 떠났다. 흑산도에서 만난 여행자의 말이 강진이 좋다하길래 강진으로 갔고, 강진 민박집 아주머니의 말이 보길도가 좋다하길래 다시 보길도로 갔다. 그렇게 내 맘대로 다니고, 마음을 잡아끄는 곳에서 머물렀다. 가끔씩은 이렇게 막무가내로 충동적이기만 했던 내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