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모드

사생활 /   2006. 12. 10. 20:52

옆에 누워있는 언니의 숨소리에 신경이 쓰여 잠을 자지 못할정도로 극심한 예민상태다. 열흘이 채 못되는 사이에 너무도 많은 일들이 일어났고, 견뎌내기 힘들 정도로 몰아치고 있다. 그렇다. 몰아친다는 표현이 적합한것 같다.

친척 중 내가 가장 아끼는 사촌동생을 하늘로 보냈다. 군대 장교로 있던 동생은 스물네살이다. 교통사고였다. 검은 리본이 매여진 동생의 영정사진을 보면서도 나는 동생의 죽음이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 하지만, 자려고 누우면 동생의 얼굴이 수없이 떠오르고 베개가 젖도록 눈물이 흐르는걸 보면, 내가 받아들이지는 못했지만 동생에게 무슨일인가 생기긴 한것 같다. 크게 입을 벌리고 웃지 않으면서도 혀를 내밀어 이빨을 가리는 동생의 수줍은 웃음을 사랑한다. 이제 그 웃음을 더이상 볼 수 없다는 것. 그게 어떤 의미인지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매일 불을 켜고 잠이 든다.

서울로 발령이 났다. 내년 1월부터는 서울 사무실에서 근무를 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봤을 때는 너무도 잘 된 일이다. 하지만, 그 때가 '지금'이라 너무 힘들다. 준비 해야할 것들이 많다. 이곳의 일들을 정리해야 하고, 만나봐야 할 사람들도 많다. 마음이 심하게 산만한 상태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살 집을 구해야 하는 것이다. 조만간 서울에 가서 발품을 팔면서 좀 찾아봐야겠다. 서초구 양재 근처에 좋은 하숙집이나 전세 매물이 있으면 소개 좀 시켜 주세요. 건대쪽으로도 괜찮아요... 플리쥬~

친구 세명이 결혼을 했고, 다른 두명이 아기를 낳았다. 이제 누군가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그들의 행복이 부럽다기 보다는 주말에도 쉬지 못하고 이렇게 다니고 있어 다음주를 어떻게 견뎌내야 하나 하는 걱정이 먼저 든다.

이런 심난한 상태와 빡빡한 스케줄로 아침마다 코피가 흐른다. 일주일 새에 쌍코피가 이틀, 왼쪽에만 삼일, 오른쪽만 하루... 좀처럼 코피를 흘리지 않았었는데, 최근에 버거웠는지 매일같이 코피가 터진다. 지난 토요일에는 머리가 어지럽고 구토가 올라올것 같은 피곤이 몰려오기도 했다. 병원에 다녀왔더니 다행히 몸에는 이상이 없다고 한다. 몸이 힘든것보다 마음이 힘든게 더 피곤한 일인것 같다.

글에서도 보이겠지만, 지금 내 상태가 하루에도 백세가지 상태와 기분이 번갈아 교차하고 있다. 둔하디 둔한 내가 너무도 예민해져서, 이 상황들을 하나하나 신경쓰면서 받아들이자니 너무 힘이 든다. 그래서 당분간은 그냥 '모르겠음' 상태로 있어야지 하고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보냈다. 그게 마음같지가 않아 이런 저런 마음이 소리가 시끄러워 깊은 잠을 자지 못했다. 며칠간 현실에 적응하는 것도 버거워 긱긱 거리느라 그 어떤 글도 읽지도 쓰지도 못했다.
그런데 오늘 한선생님의 글을 읽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힘들지만 이 또한 하나의 과정이라면 잘 견뎌내야 한다. 어떠한 일이 나에게 벌어지고 있건 내가 지금 내 인생의 어딘가를 가고 있다면 나는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잘해야지! ^-^


ps. 급마무리한 느낌이다. 정리가 안 된다. 무슨말을 하고 싶어 이 글을 쓰기 시작했는지 기억이 없다.



@ 뎀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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